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노동을 대체하는가: '고용되는 AI'의 시대
콜리노믹스 에디터입니다. 2011년 Marc Andreessen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운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고 선언했습니다.
Wall Street Journal: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10여 년이 지난 지금, a16z의 Alex Rampell은 "Software Eats Labor"라는 더 크고 날카로운 화두를 던졌습니다. 그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전 세계 SaaS 시장 규모가 약 3,000억 달러일 때, 미국 노동 시장의 임금 총액은 13조 달러에 달합니다.
지금까지 소프트웨어의 경쟁 상대는 다른 소프트웨어였습니다. 하지만 AI의 등장은 이 게임의 판을 바꾸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이제 인간의 노동과 직접 경쟁하며, 기업의 IT 예산이 아닌 거대한 인건비 예산을 겨냥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현상을 '노동의 API화'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하던 일을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API 호출 한 번으로 처리해주는 시대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의 경계가 근본적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목차
도구에서 동료로: '디지털 파일 캐비닛'의 종말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말고 '고용'하세요
AI가 노동을 '대체'할 때 열리는 새로운 시장
결과를 파는 조직은 무엇이 다른가
1. 도구에서 동료로: '디지털 파일 캐비닛'의 종말
우리는 모두 소프트웨어를 '도구'로만 생각해왔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의 거대한 파일 캐비닛을 떠올려 보십시오. 항공사 직원은 종이 티켓을 뒤지고, 회계 담당자는 장부를 넘겼습니다. 1세대 소프트웨어는 이 과정을 디지털화했습니다. Alex Rampell은 이를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 회사가 기본적으로 파일 캐비닛을 가져다가 데이터베이스로 바꾼 것"이라고 정확히 묘사했습니다.
항공 예약 시스템(Sabre), CRM(Salesforce), ERP(SAP) 등 우리가 알던 대부분의 SaaS는 본질적으로 '디지털 파일 캐비닛'이었습니다. 사람이 데이터를 입력하면, 그 데이터를 다시 사람이 읽고 판단을 내리는 구조였죠. 소프트웨어는 인간의 노동을 '돕는' 도구였을 뿐, 노동 자체를 '수행'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AI는 이 전제를 무너뜨립니다.
2.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말고 '고용'하세요
SaaS 라이선스 비용을 결제할 때, 이것이 정말 '가치'일까 고민한 적 있으신가요?
Alex Rampell은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전환을 제안합니다. 바로 '내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세요(Buy my software)'에서 '내 소프트웨어를 고용하세요(Hire my software)'로의 전환입니다. 과거 기업들은 Zendesk 같은 툴을 도입할 때 상담사 '1인당 라이선스' 비용을 냈습니다. 하지만 AI가 상담사 업무를 직접 수행한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당신에게 소프트웨어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당신을 위해 일을 할 것입니다."
— Alex Rampell 강연 원본
여기서 놀라운 수치 비교가 등장합니다. 특정 시나리오에서 인간 상담사가 고객 문의 1건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37.50달러라면, AI 기반 소프트웨어는 단 0.69달러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지불하는 대상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가 아니라 '처리된 고객 문의 건수'가 되는 순간,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3,000억 달러의 IT 시장이 아니라 13조 달러의 노동 시장 임금과 직접 비교되기 시작합니다.
3. AI가 노동을 '대체'할 때 열리는 새로운 시장
어떤 일들은 너무 지루하거나, 돈이 안 되거나, 힘들어서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AI 기반 자동화는 단순히 기존 인력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넘어, 과거에는 경제성이 맞지 않아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합니다. 인간이 수행하기에는 너무 비쌌던 많은 일을 AI가 경제적으로 수행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간헐적 수요 (Intermittent Demand): 1년에 단 두 번, 혹은 새벽 3시에만 발생하는 업무를 위해 사람을 24시간 고용할 수는 없습니다. AI는 '클라우드에 사는 프리랜서'처럼 필요할 때만 불러서 쓸 수 있습니다.
비인간적인 업무 (Boring Tasks): 수천 페이지의 법률 문서를 검토하거나, 끝없이 반복되는 데이터 입력을 하는 일은 극도로 지루합니다. AI는 지치거나 실수하지 않습니다.
언어 장벽 (Language Barriers): 20개 언어로 고객 지원을 하려면 20개 언어 구사자를 채용해야 했지만, AI에게는 그저 모델을 확장하는 문제입니다.
이런 특성은 특히 한국과 같은 시장에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인구 절벽 문제는 노동력 공급에 구조적인 한계를 만듭니다. 이는 일본이 고령화 사회에 대응해 로보틱스를 적극 도입한 것과 유사합니다. 한국에서 네이버의 '클로바 케어콜'이 독거노인을 돌보는 데 쓰이듯, AI 노동력은 사회적 필요와 맞물려 단순한 효율화 도구를 넘어설 잠재력을 가집니다.
4. 결과를 파는 조직은 무엇이 다른가
결국, 우리 모두는 '결과'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서두에 이 변화를 '노동의 API화'라고 말씀드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고객은 더 이상 멋진 대시보드나 수많은 기능 목록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해결된 문제'와 '달성된 성과'를 원합니다. 소프트웨어를 '고용'한다는 것은, 우리가 제품을 만들고 파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야 함을 의미합니다.
제품팀은 '기능'이 아닌 '결과'를 단위로 로드맵을 짜야 합니다. 영업팀은 '라이선스'가 아닌 '성과 계약서'를 들고 고객사의 CFO를 만나야 합니다. 물론 모든 복잡한 지식 노동의 성과를 명확히 측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결과 기반 경제(Outcome-based Economy)'로의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결과 기반 경제'의 핵심이며, 우리가 도구의 목록이 아닌 해결된 문제의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우리의 제품, 팀, 그리고 계약을 재설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TL;DR
과거의 소프트웨어는 인간이 처리하던 서류 작업을 디지털 파일로 옮겨주는 '디지털 파일 캐비닛'의 역할에 가까웠습니다. 인간이 정보를 입력하고, 그 정보를 다시 인간이 읽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의 소프트웨어는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데이터를 읽고, 판단하고, 업무를 '수행'하며 노동 자체를 대체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a16z의 Alex Rampell은 AI 시대의 소프트웨어가 3,000억 달러 규모의 SaaS 시장이 아닌 13조 달러 규모의 노동 시장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과거 소프트웨어가 '디지털 파일 캐비닛'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 AI는 노동 자체를 '수행'합니다.
핵심 변화: '소프트웨어 구매(Buy)'에서 '소프트웨어 고용(Hire)'으로의 전환.
가격 책정: 사용자 라이선스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창출한 '성과(Outcome)' 기반으로 변화.
새로운 기회: 비용 문제로 불가능했던 간헐적, 반복적, 다국어 업무 등을 AI가 맡으며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People Also Ask (FAQ):
Q: AI는 미래에 어떤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까요?
A: 단순 반복적인 사무직부터 고객 응대, 법률 연구, 회계 등 전문 분야의 정형화된 업무까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운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A: 모든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기술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을 의미하며, 2011년 마크 안드레센이 처음 사용한 용어입니다.
Q: AI 시대에 유망한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요?
A: 사용자 수에 따라 과금하는 대신, AI가 창출한 비즈니스 성과(예: 성사된 계약 건수)에 따라 비용을 받는 '성과 기반 과금 모델'이 유망합니다.
Q: SaaS란 무엇인가요?
A: Software as a Service의 약자로,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월/연 단위로 구독하여 사용하는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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