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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 디자인의 힘: 우리는 어떻게 이미지를 믿게 되는가

누군가를 처음 마주쳤을 때, 우리는 사실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이미 판단을 마칩니다. 정장의 날카로운 각, 운동화의 낡은 정도, 옷감의 재질 같은 것들이 뇌에 입력되는 순간, ‘이 사람은 믿을 만한가’에 대한 계산이 끝나는 것이죠. TEDNext 강연에서 의상 디자이너 폴 타즈웰(Paul Tazewell)은 이 첫인상을 설계하는 과정을 “잠재의식적 언어”를 다루는 일이라 정의합니다.

그는 자신을 단순한 재단사가 아닌, 옷을 매개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스토리텔러라고 소개합니다. 오늘 우리는 그의 작업을 통해, 매일 우리가 입는 옷과 사용하는 인터페이스가 어떻게 타인의 인식을 조종하고, 나아가 고정된 편견을 다시 디자인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목차

  1. 잠재의식의 언어와 UX

  2. 역사를 리팩토링하는 방식

  3. 시스템과 존엄의 시각화

  4. 우리의 일상도 무대다

1. 잠재의식의 언어와 UX


관객은 극장에 들어와 캐릭터가 입을 떼기도 전에 실루엣과 색상, 질감만을 보고 본능적으로 결정합니다. 저 인물에게 다가갈지, 아니면 경계하고 물러설지를 말이죠. 타즈웰은 이것이 의상 디자이너가 관객의 호기심과 의심을 조종하는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Costume is a subconscious language." — Paul Tazewell


이 지점에서 의상 디자인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UX(사용자 경험) 디자인과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앱 디자이너가 버튼의 색상과 위치로 사용자의 클릭을 유도하듯, 의상 디자이너는 색 대비와 레이어링으로 관객의 감정적 동선을 유도합니다.

  • 시각적 유도: 밝은 색은 시선을 끌고(Call to Action), 어두운 색은 배경으로 물러나거나 무게감을 줍니다.

  • 초두 효과: 첫 등장의 의상은 사용자가 서비스의 첫 화면(Landing Page)을 보고 신뢰도를 판단하는 3초의 법칙과 같습니다.

  • 편견의 활용: 때로는 악역에게 전형적인 '악당의 옷'을 입혀 빠른 이해를 돕지만(Affordance), 타즈웰은 이를 비틀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느낌이 그렇다"고 말하는 그 직관은, 사실 누군가에 의해 정교하게 설계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2. 역사를 리팩토링하는 방식


타즈웰의 대표작인 뮤지컬 해밀턴(Hamilton)은 의상이 어떻게 죽은 역사를 현재의 이야기로 되살리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입니다. 그는 건국의 아버지들에게 18세기의 실루엣(코트, 프릴, 부츠)을 입히되, 그것을 입는 주체는 현대의 유색 인종 배우들(Black and Brown bodies)이 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박물관 초상화에서 보던 뻣뻣한 백인 남성의 이미지가 아니라, 지금 내 옆에서 숨 쉬고 랩을 하는 에너지 넘치는 인물이 18세기의 옷을 입고 무대를 뛰어다닙니다. 타즈웰은 이를 통해 역사가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살아있고, 카리스마 넘치며, 복잡한 것"임을 시각적으로 증명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용어를 빌리자면, 이것은 레거시 코드(역사적 사실)를 현대적 환경에 맞게 리팩토링(Refactoring)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 Backend: 18세기의 역사적 사실과 고증

  • Frontend: 현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배우의 신체와 에너지

  • Interface: 이 둘을 이질감 없이 연결하는 의상의 핏과 스타일


토마스 제퍼슨이 보라색 벨벳을 입고 팝 아이콘 프린스(Prince)를 연상시키는 순간, 관객은 그를 지루한 위인전의 인물이 아닌 동시대의 록스타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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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스템과 존엄의 시각화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021)위키드(Wicked)에서 타즈웰의 디자인은 단순한 '예쁨'을 넘어 사회적 시스템을 드러내는 도구가 됩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제트파(Jets)는 거친 데님과 가죽으로 투박함을, 샤크파(Sharks)는 화려한 패턴과 정장으로 열망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타즈웰은 이들을 단순히 적대적인 갱단으로 그리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무도회 장면에서 서로의 색이 섞이고 흐려지는 연출을 통해, 이들이 결국 도시 개발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아래 희생되는, 존엄을 가진 개별 존재들임을 암시합니다.

영화 위키드에서는 '색' 자체가 질문이 됩니다.

  • 엘파바(Elphaba): 초록 피부와 검은 옷 = 마녀, 악, 배척의 대상

  • 글린다(Glinda): 핑크와 반짝임 = 선녀, 선, 동경의 대상



우리는 너무나 쉽게 이 공식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타즈웰은 이 전형성을 극대화하여 관객 스스로에게 묻게 만듭니다. "왜 우리는 검은색을 보면 두려워하고, 핑크색을 보면 안심하는가?" 의상은 더 이상 답을 주는 장치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편견의 알고리즘을 역추적하게 만드는 트리거가 됩니다.

디자인은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항상 '누가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편견이 녹아 있습니다.





4. 우리의 일상도 무대다


이제 시선을 우리 주변으로 돌려볼까요? 한국 사회에서 이 '의상의 힘'은 더욱 노골적으로 작동합니다. 드라마 속 재벌 3세는 언제나 날카로운 핏의 수트와 차가운 톤을, 선한 주인공은 부드러운 니트와 웜톤을 입습니다. 우리는 이 시각적 클리셰를 통해 인물의 계급과 성격을 0.1초 만에 파악합니다.


현실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퍼스널 컬러(Personal Color) 진단은 타즈웰의 이론을 개인에게 적용한 사례입니다. "나에게 맞는 색"을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미용의 목적을 넘어, 내가 타인에게 어떤 '데이터 패킷'으로 전송될지를 결정하는 전략적 행위입니다. 블랙핑크나 BTS가 개량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설 때, 그것은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겠다"는 강력한 정체성의 선언이 됩니다.


우리의 링크드인 프로필 사진, 인스타그램 피드의 톤앤매너, 출근할 때 고르는 넥타이 색깔까지. 우리는 모두 자신의 UX를 설계하는 디자이너들입니다.

의상 디자인(Costume Design)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관객의 잠재의식에 캐릭터의 성격과 역할을 각인시키는 시각적 언어입니다. TEDNext 연사 폴 타즈웰(Paul Tazewell)은 의상이 색상과 실루엣을 통해 인물의 선악을 대사 이전에 전달하며, 이는 UX 디자인이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과 동일한 인식 설계(Perception Design)의 일환이라고 설명합니다.



폴 타즈웰은 강연을 다음과 같은 묵직한 제언으로 마무리합니다.

"Design is never neutral... If wickedness can be designed, then maybe, together, it can be redesigned." (디자인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사악함이 디자인될 수 있다면, 아마도 우리는 그것을 함께 다시 디자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 우리가 입는 옷, 우리가 소비하는 이미지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누군가에게 권위를 부여하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희망이 있습니다. '사악함'이나 '편견'이 자연 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디자인된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다시 디자인(Redesign)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당신이 선택한 옷, 당신이 배치한 버튼 하나가 누군가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잠시 멈추어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TL;DR


  • 잠재의식의 언어: 의상은 관객이 캐릭터를 판단하게 만드는 첫 번째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며, UX 디자인과 유사하게 행동을 유도합니다.

  • 역사의 재해석: 뮤지컬 '해밀턴'은 18세기 의상을 현대적 신체에 입힘으로써 과거를 박제가 아닌 '오늘의 이야기'로 리팩토링했습니다.

  • 편견의 재디자인: 모든 디자인에는 편견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폴 타즈웰은 이를 인식함으로써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을 전복하고 새로운 인식을 설계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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