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마음을 읽나요? 오즈 펄먼이 보여준 '사람 읽기'의 기술
누군가의 생각을 미리 알아차린 듯한 순간이 있습니다. 회의에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동료가 곧 중대한 발표를 할 것 같다는 느낌, 혹은 첫 미팅만으로 "이 파트너와는 오래 가겠다"는 직감 같은 것들 말이죠. TED2025 무대에 선 멘탈리스트 오즈 펄먼(Oz Pearlman)은 이 감각을 "마음 읽기(mind reading)"가 아니라 "사람 읽기(people reading)"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능력은 타고난 초능력이 아니라, 30년에 걸쳐 연습으로 연마한 기술이라고 단언합니다.
저 역시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며 데이터를 다루는 실무자로서, '마음을 읽는다'는 말에는 본능적인 경계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강연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일과 삶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관찰, 기억, 공감의 기술이 얼마나 강력한 잠재력을 가졌는지 깨닫게 됩니다. 이 글은 그의 화려한 쇼를 단순히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제시한 '사람 읽기'라는 프레임을 우리 각자의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탐구해보려는 시도입니다.
목차
마음 읽기라는 환상, 사람 읽기라는 기술
Listen, Repeat, Reply: 이름을 기억하는 가장 단순한 알고리즘
눈치와 멘탈리즘: 테크 업계에서 쓰는 사람 읽기
마음을 읽기보다, 관심을 읽는 사람 되기
1. 마음 읽기라는 환상, 사람 읽기라는 기술
우리는 종종 마법 같은 능력에 매료되곤 합니다.
오즈 펄먼은 자신을 "세계 최고의 마인드 리더"라고 소개한 뒤, 곧바로 그 말을 정정합니다. 그는 초자연적인 힘으로 생각을 읽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읽는다고 말합니다. 지난 30년간 인간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을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engineering)'하며 쌓아 올린 관찰의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그가 무대에서 알렉산더 대왕이나 트레버 노아처럼 관객이 생각하는 인물을 정확히 맞히는 장면은, 그 기술이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퍼포먼스입니다.
"저는 마음을 읽지 못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을 읽는 것입니다." — Oz Pearlman 강연 원본
흥미로운 지점은 그가 이 모든 것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우리 모두가 그처럼 화려한 멘탈리스트가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중요한 긴장감을 만듭니다. 그의 기술은 분명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연출과 속임수를 포함하고 있지만, 그 근간에는 분명한 '관찰'과 '심리 이해'라는 배울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그 마법에 감탄하면서도, 어디까지가 쇼이고 어디부터가 우리가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인지 구분하는 냉정한 시선이 필요합니다.
2. Listen, Repeat, Reply: 이름을 기억하는 가장 단순한 알고리즘
새로운 사람의 이름을 돌아서자마자 잊어버린 경험, 다들 있으시죠.
펄먼이 무대에서 공개하는 몇 안 되는 구체적인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이름 기억법'입니다. 그는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세 단계만 거치면 절대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바로 '듣고(Listen), 반복하고(Repeat), 활용하는(Reply)' 것입니다. 너무 단순해서 허탈할 정도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 첫 번째 단계인 '듣기'부터 실패할 때가 많습니다. 상대가 자기소개를 하는 동안, 내 차례에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정보인 이름을 흘려듣는 것이죠.
이 기술의 핵심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우리 뇌에 "이건 중요한 정보다"라는 신호를 의식적으로 보내는 데 있습니다.
Listen (듣기): 다른 생각을 멈추고 상대방의 이름에만 온전히 집중합니다.
Repeat (반복하기): "반갑습니다, [이름] 님."처럼 대화에서 즉시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반복합니다.
Reply (활용하기): 대화를 마무리하거나 질문을 던질 때 다시 한번 이름을 사용해 뇌에 각인시킵니다.
이 단순한 행위는 단순한 예의를 넘어섭니다. 특히 한국 문화에서는 상대의 이름과 직함을 정확히 기억하고 부르는 것이 관계의 기본이지만, 때로는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난다는 핑계로 소홀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나는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고, 당신을 존중한다"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관계와 신뢰를 쌓는 가장 효율적인 첫걸음입니다.
3. 눈치와 멘탈리즘: 테크 업계에서 쓰는 사람 읽기
결국 '일잘러'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기도 합니다.
펄먼이 말하는 '사람 읽기' 기술은 한국어의 '눈치(nunchi)'라는 개념과 놀랍도록 맞닿아 있습니다. 눈치는 단순히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말로 표현되지 않는 상대방의 의도와 감정, 그리고 상황의 전체적인 맥락을 읽어내는 고차원적인 감각입니다. 펄먼의 멘탈리즘은 이 눈치를 더 의식적이고 구조화된 기술로 끌어올린 버전처럼 보입니다. 즉, 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표정, 말투, 자세, 선택의 패턴 같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추론하는 과정입니다.
이 기술은 특히 테크 업계처럼 논리와 데이터가 중시되는 분야에서 오히려 더 강력한 차별점이 됩니다. 훌륭한 프로덕트 매니저(PM)는 회의에서 "좋네요"라고 말하는 개발자의 미묘한 망설임을 포착하고 "어떤 부분이 가장 우려되시나요?"라고 질문해 잠재적인 문제를 미리 해결합니다. 유능한 리더는 팀원이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평소와 다른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일대일 대화를 신청해 번아웃을 예방합니다.
다만 이 기술은 날카로운 칼처럼 윤리적인 경계를 가집니다. 상대의 불안이나 심리를 읽어 조작적인 마케팅이나 불필요한 결정을 유도하는 데 쓰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 읽기' 기술을 연마할수록, 이 힘을 상대를 돕고 공감하는 데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스스로의 윤리적 기준 역시 함께 세워가야 합니다.
4. 마음을 읽기보다, 관심을 읽는 사람 되기
결국 모든 기술은 '연결'을 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펄먼의 마지막 시연은 그가 한 관객에게 힘을 실어주어, 다른 관객의 생각을 맞히게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이는 그가 강연 내내 강조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물론 그것 또한 잘 설계된 연출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청중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것은 초능력이 아니라, '조금 더 집중하면 상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작은 믿음과 감각이었을 겁니다.
"만약 내가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안다면, 나는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 Oz Pearlman
이 말은 언뜻 오만하게 들릴 수 있지만, 비즈니스 맥락에서 보면 놀라운 통찰을 줍니다. 동료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리스크를 회피하려 하는지, 어떤 단어에 눈빛이 빛나는지를 안다면, 다음 회의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독심술이 아니라, 그 사람의 관심과 우선순위를 존중하는 방식의 예측입니다.
결국 우리가 바라는 것은 상대의 머릿속을 훔쳐보는 '마음 읽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귀 기울이는 '관심을 읽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쇼가 끝난 무대 위에 남는 것은 멘탈리스트의 화려한 연기가 아니라 그가 30년간 집요하게 관찰해 온 인간에 대한 데이터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오늘부터 일상에서 그 소중한 데이터를 조금 더 주의 깊게 쌓아감으로써, 마음을 읽지 못해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TL;DR: 바쁜 분들을 위한 3줄 요약
오즈 펄먼의 TED2025 강연은 '마음 읽기'가 초능력이 아니라 '사람 읽기'라는 배울 수 있는 기술임을 보여줍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상대방에 대한 깊은 관찰과 인간 심리의 이해에 있습니다.
핵심 주장: 멘탈리즘은 마법이 아니라, 30년간 연마한 관찰과 추론의 기술입니다.
실용 기술: 'Listen, Repeat, Reply' 3단계는 이름을 확실히 기억하게 돕는 간단하고 강력한 방법입니다.
적용: 이 '사람 읽기' 기술은 한국의 '눈치'와 유사하며, 리더십, 협상, 그리고 모든 인간관계에서 더 깊은 연결을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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