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웹의 청부살인은 왜 ‘평범한 사람들’을 드러냈나

1. 가장 완벽한 사기, 가장 진실한 살의

때로는 진실보다 더 무서운 것이 거짓일 수 있습니다.

'Besa Mafia'라는 이름의 웹사이트를 상상해 봅니다. 알바니아 마피아가 운영한다는 이 플랫폼은 청부 살인을 위한 완벽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칼 밀러의 여정은 해커 크리스 몬테로(Chris Monterro)가 이 사이트에서 치명적인 보안 취약점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백엔드에 접근한 그들이 발견한 것은 암살자 네트워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루마니아 사이버 범죄자들이 운영하는 정교한 사기극이었습니다. 그들은 암살이 지연된다거나, 더 유능한 요원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더 많은 돈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습니다. 이 사기극이 작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돈을 지불한 고객들의 '의도'가 100% 진실했기 때문입니다. 사이트가 가짜였다는 사실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 했던 그들의 욕망이 진짜였다는 사실을 바꾸지 못합니다. 오히려 이 사기극은 살인을 원하는 사람들이 누구이며, 그 동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되었습니다.

2. 누가 살인을 주문했는가: '악의 평범성'

우리는 종종 '악'을 아주 특별하고 거대한 존재로 상상하곤 합니다.

암스테르담, 파리, 베를린, 하이데라바드. 전 세계에서 175건의 살인 주문이 접수되었습니다. 영화와 달리, 그 주문자들은 거대 범죄 조직원이 아니었습니다. 칼 밀러가 마주한 진실은 훨씬 더 일상적이었습니다. 격렬한 이혼 소송, 양육권 다툼, 직장 내 시기심, 금전적 불화. 이것이 살인의 주된 동기였습니다. 병원 행정가였던 켈리 하퍼(Kelly Harper)는 양육권 분쟁 때문에, 존경받던 신생아 전문의 로널드 일그(Ronald Ilg) 박사는 전 파트너에게 앙심을 품고 6만 달러를 지불했습니다.

"범죄자들은 기본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 칼 밀러(Carl Miller) 강연 원본

이 발견은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을 디지털 시대에 다시 소환합니다. 괴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삶의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 특정 조건에서 괴물이 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 말입니다. 우리는 /blog/banality-of-evil-digital 글에서 이 주제를 더 깊이 다룬 바 있습니다.

3. 기술이 무너뜨린 심리적 억제선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설 때, 우리는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요?

마치 온라인 쇼핑몰에서 옵션을 선택하듯, 몇 번의 클릭으로 '주문'이 완료되는 과정을 떠올려 봅니다. 이 사건은 다크웹이 새로운 악을 '창조'했다기보다, 기존에 존재하던 인간의 어두운 충동을 '실행'하기 쉽게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술은 이 끔찍한 행위를 몇 단계의 비인격적인 거래로 축소했습니다.

• 익명성의 환상: 다크웹이 제공하는 비밀 보장은 사용자가 사회적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행동하게 했습니다.

• 거래화(Transactionalization): 살인을 '서비스'로 상품화하고 가격을 매기는 순간, 행위의 도덕적 무게감은 '비용' 문제로 전락합니다. 이는 /blog/psychology-of-anonymity 에서 논의한 익명성의 심리와도 연결됩니다.

이는 한국 사회가 경험한 'N번방' 사건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텔레그램이라는 익명 플랫폼이 끔찍한 범죄를 조직화하고 규모를 키우는 도구가 되었듯, 'Besa Mafia' 역시 기술이 도덕적 억제선을 얼마나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증명했습니다. 둘 다 평범한 사람들이 가해자가 되었다는 공통점을 갖습니다.